2016-03-09

 

<인기 매거진을 한눈에, 탭진!>

 

  출처 : 더트래블러 2015년 12월호  
  에디터: 강은주, 권아름  
  컨텐츠 큐레이션 : 인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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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멈춰 있던 후암동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떠한 기우도 하지 않고 서울의 옛 동네에 들어선 새 얼굴들을 들여다보았다. - 더 트래블러 12월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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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 야경길’이 떠올랐다. 남산 자락에 있는 소월로에서 해방촌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태원에서 해방촌으로 우후죽순 생겨나던 가게들은 이제 이곳으로까지 뻗쳐왔다. 지대가 높은 지역인 이곳 옥상에 올라서면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 덕분에 지난여름, 야경을 보며 맥주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동네가 밤마다 북적였다. 그리고 이들이 내려다보던 그 풍경 안에는 또 다른 후암동이 있었다. 후암동 종점으로 불리는 작은 로터리에서 숙대입구역까지 이어진 길로 용산 미군 기지가 자리한 구역이다. 미군 기지의 회색빛 돌담이 둘러싼 동네에 마치 퍼즐 조각처럼 단층짜리 주택과 건물이 꽉 맞게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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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은 역사적으로 부침이 잦았다. 일제강점기에는 삼판동이라는 이름의 일본인 거주 지역이었다. 스쿠터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과 일본식 적산가옥, 한옥과 양옥이 합쳐진 독특한 형태의 집들은 모두 그때 만들어진 것들이다. 광복 이후 용산 미군 기지가 들어서고 해방과 전쟁을 거치며 고향을 잃은 이들이 후암동에 둥지를 틀었다. 그때 후암동의 참담한 생활을 소설가 이범선은 <오발탄>에 담았다. 그 이후 지금까지 서울 중심에 자리 했음에도 미군 기지와 남산이 근방에 있다는 이유로 개발 지역에서 늘 논외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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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의 적산가옥, 오래된 양옥집 등은 새롭게 주목받아 협소주택의 형태로 리모델링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디자이너 이호영과 건축가 김승회가 함께 작업한 렌털 하우스 ‘눅서울’이다. 1930년대에 지어진 집으로 서울의 근현대사를 모두 겪었다. 동네 초입의 오래된 가게들도 모던한 카페와 밥집으로 바뀌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타국에 의해 부침을 거듭해온 후암동이 서울 사람들 손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동네 토박이의 게스트하우스 ‘지월장’, 성북동에서 후암동으로 온 디자이너 부부의 카페 ‘아베크엘’, 인근에서 후암동을 오랫동안 지켜봤다는 ‘카페 워드로브’ 등 오랫동안 멈춰 있던 후암동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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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커튼과 아침 볕이 드리운 창가엔 분홍빛 장미꽃을 올려둔 탁자가 늘어서고, 한쪽 구석엔 단정한 옷가지와 생활 소품이 가지런하게 놓여있다. 디자이너 박로지와 구이삼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이자 라이프스타일 소품 숍 아베크엘의 오전 풍경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늦여름에 수확해둔 청귤로 라테를 만들거나, 딸기 향 그윽한 케이크를 굽고, 때때로 향초를 만들거나 옷을 지으면서 하루를 보낸다. 그야말로 슬로 라이프. 다만 여행자의 마음으로 이 골목길을 올라와 그들을 반길 손님을 기다린다.

LOCATION 용산구 두텁바위로69길 29 TEL 070-821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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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들렀던 30분 동안, 창문 밖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을 족히 10명은 보았다. 거대한 고목, 낡았지만 고풍스러운 정취가 감도는 고택, 소담한 앞마당, 곳곳에 놓인 조각상까지. 이들이 한데 어울려 뿜어내는 묘한 분위기란, 행인들의 호기심 어린 발길을 잡아 끌기에 충분하다. 적잖은 세월을 보내는 동안 집은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후암동의 작은 카페와 아티스트들이 모여 플리마켓을 펼치는 ‘지월장’ 행사를 열기 시작했다. 동양화를 전공한 주인장은 자신의 소장품을 여기 내어놓는다. 앞으론 드나드는 이가 더 많아지겠다.

LOCATION 용산구 후암로4길 21 TEL 02-776-1212 WEB jiwolj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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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이름을 그대로 쓴 카페 후암동은 그만큼 동네에 대한 애정이 깊은 곳이다. 어린 시절 이곳 골목에서 노닐었던 추억을 간직한 주인장은 카페가 주민들에게 쉼터 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커피 맛도 일품이다. 후암동의 몇 안 되는 로스터리 카페로 예가체프,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등 산지별 원두와 하우스 블렌딩 커피인 ‘후암동 블라썸’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바나나를 따뜻한 우유에 갈아 수프처럼 먹는 바나나라테, 카페에서 직접 만든 브런치 메뉴 등 집밥을 먹는 것 같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LOCATION 용산구 후암로 33 TEL 010-2251-8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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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으로 가는 초입에 옷걸이를 거꾸로 한 모양의 네온사인 간판이 걸렸다. 옷장이란 뜻의 워드로브와 카페를 합친 이름의 카페 워드로브는 원목 가구와 묵직한 색감의 붉은 벽돌로 이뤄져 겉보기에는 비스포크 숍처럼 보인다. 커피 문화를 보다 많은 이들이 쉽게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가지 스페셜티 커피 이름을 ‘고소한 버전’과 ‘새콤한 버전’으로 부른다. 고소한 버전은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달고 고소한 맛의 원두이며, 새콤한 버전은 과실처럼 달콤하면서도 산미가 강한 게 특징이다. 새콤한 버전의 경우 국가대표 로스터인 ‘시그니처 로스터스’의 원두를 사용해 커피 애호가들이 먼저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많다. 좋은 원두뿐만 아니라 핸드 드립과 라테아트, 에스프레소 추출 등 각기 다른 장기를 가진 바리스타들의 실력 역시 맛의 비결 중 하나다.

LOCATION 용산구 두텁바위로 49 TEL 02-3789-4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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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TION 용산구 두텁바위로 55 TEL 02-3789-7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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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TION 용산구 후암로 80 TEL 02-772-9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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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TION 용산구 후암로 28길 38 TEL 070-4234-0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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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TION 용산구 두텁바위로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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