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9

<인기 매거진을 한눈에, 탭진!>

여행지에서 가져온 단 한 장의 사진


  출처 : 론리플래닛 ​2015년 11월호  
  컨텐츠 큐레이터 : 남이  

 

02

브라이언 콕스say :
지난 4월, 여러 사진가와 함께 네팔 여행을 떠났어요. 네팔에서 돌아오기 하루 전 날, 우린 여행자에게 유명한 박타푸르에서 아침을 맞았죠. 메인 광장을 향해 걸어가던 중 기념품 가게가 늘어선 좁은 골목을 지나쳤어요. 목걸이를 진열한 파란 문의 한 가게가 인상적이었는데, 그곳에 멋스러운 남자가 앉아 있었죠. 전 그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어봤고, 그는 기꺼이 허락해줬어요. 그렇게 하루가 지난 뒤, 끔찍한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네팔을 담은 사진을 볼 때마다 그때처럼 촬영을 허락한 이들과 나눈 특별한 순간을 떠올리곤 해요. 언젠가 다시 네팔로 돌아가 사진 속 주인공을 만나보고 싶네요.

03

올리버 레비 say : 
우유니 소금 사막을 여행하던 우리는 이른 아침 모닝콜을 받고 아름다운 일출을 관찰하러 나섰어요. 그리고 잠시 후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순간을 만났죠. 뒤를 돌아보니 사진 속 장면처럼 보름달이 저무는 잊지 못할 광경이 펼쳐진 거에요. 태양이 등 뒤로 떠올라 우리의 그림자는 그야말로 지평선 끝까지 길게 이어졌습니다. 덕분에 전 최고의 여행 사진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죠.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지구가 얼마나 기이한 곳인지 깨닫곤 해요. 태양과 달이 마주보는  이 장면처럼 절대적인 것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까지 말이에요.

04

김상원 say : 
아내와 신혼여행으로 떠난 곳은 이탈리아였어요. 미로처럼 수로가 얽힌 베네치아에선 스마트폰의 구글맵과 실제 주소를 번갈아 비교해가며 길을 찾아야 했지요.  목적지를 찾아 길을 헤매던 중 사진 속 장면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좁은 골목 끝에서 곤돌라가 지나가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하곤 다음 곤돌라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죠. 국내에서도 우연한 발견의 묘미를 찾아 골목 탐방을 종종 다니는데, 베네치아는 저의 취향과 딱 맞는 여행지였습니다. 물론 신혼여행지로도 더할 나위 없는 로맨틱한 곳이죠.

05

김민 say :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 18명과 함께 아이슬란드의 자연을 보호하는 봉사 활동을 했을 때였어요. 전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ik) 반대쪽에 위치한 에스키피외르도르의 해안가에서 분홍빛 야생화 루핀 (lupine)을 제초하는 작업을 했어요. 일순간 비가 개더니 구름 사이로 하늘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죠. 그 장면이 몹시 기묘하게 느껴져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외래종 잡초로 취급하던 루핀을 다음 여행지인 런던에서 다시 만났어요. 꽃다발로 정성스럽게 포장해 파는 루핀을 발견하곤 얼마나 큰 돈을 버린건지 계산해본 기억이 나네요.

06

러셀 퍼슨 say :
잡지에 여러 차례 소개된 셰이크 자예드 그랜드 모스크(Sheikh Zayed Grand Mosque)는 해가 지기 전 방문하면 좋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전 오후 4시 무렵 택시를  타고 이곳으로 향했죠. 아랍에미리트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이 모스크는 신자가 무려 4만 명에 달하는 웅장한 곳이었어요. 출구를 찾아 걷던 도중 사진 속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왼쪽으로 슬며시  돔이 보였고, 대리석과 진주 광택이 나는 기둥 너머로 태양이 마지막  빛을 내뿜고 있었죠. 중동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요즘, 전 모스크가 선사한 평온함에 대해 생각했어요. 이토록 아름다운 장면을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란 예감과 함께요.

07

닉 잭슨 say :
올해 초 저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다녀온 미국 자동차 여행을 되짚어 떠나보기로 했어요.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해 5주 뒤 그랜드캐니언 근방에서 마무리하는 여정이었죠. 최고의 순간은 브라이스캐니언(Bryce Canyon)을 다시 찾았을 때였어요. 10층 건물 높이의 가파른 암석 기둥은 기억하던 모습 그대로 강렬했죠. 저는 일출을 보기 위해 사위가 어두운 새벽에 일어났어요. 지평선 너머로 해가 슬금슬금 떠오르자 암석 지대가 오렌지빛으로 물들고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더군요.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아침이었어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경외심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브라이스캐니언은 예전보다 훨씬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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