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주인의 개성과 취향으로 가득한 가게가 있다.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여섯 곳의 가게에서 여섯 명의 주인을 만났다.

 

언더야드 _ 가게 주인 박태일

언더야드는 오픈 샌드위치와 바닐라빈이 들어 있는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작은 카페다. 한적한 주택가에 있지만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이 항상 줄을 선다.

1 주택의 마당 아래 자리한 언더야드. 2 벽돌로 마감한 바닥. 3 대표 메뉴인 아보카도 오픈 샌드위치. 4,5 좁은 내부를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1 주택의 마당 아래 자리한 언더야드. 2 벽돌로 마감한 바닥. 3 대표 메뉴인 아보카도 오픈 샌드위치. 4, 5 좁은 내부를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지금 ‘언더야드’의 공간은 어떻게 발견했나?
이 자리는 20여 년 동안 동네 구멍가게였다. 이 근처에 올 일이 있을 때는 한적한 이 골목을 자주 걸었는데, 어느 날 평양냉면을 먹고 오는 길에 보니 이 자리가 비어 있었다. 16평 정도 된다.

‘언더야드’라는 이름의 의미는?
함께 운영하는 아내와 같이 지은 이름이다. 주택 반지하에 놓인 이곳은 집 마당 바로 아래 있기에 언더야드라는 이름을 지었다.

안쪽 깊숙이 사무실 공간이 있다. 처음 생각한 언더야드의 콘셉트는?
콘텐츠 에디팅과 패션 스타일링을 하는 ‘벨보이’라는 팀을 함께 운영하면서 자체적으로 <벨보이 매거진>이라는 온라인 매거진을 만들고 있다. 언더야드 안쪽은 원래 벨보이의 사무실이었다. 지금은 부족한 좌석 수를 늘리기 위해 테이블을 놓았다.

내부 인테리어 콘셉트는?
인테리어를 직접 하면서, 모든 것을 우리가 좋아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쪽은 서울에서 구현하기 힘든 것이 많았다.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는데, 부자연스러운 것들이 스탠더드인 경우가 많았달까? 바닥에 깔고 싶었던 벽돌 타일도 간신히 구했다. 다른 카페와는 조금 달라 보인다면 바로 그런 이유인 것 같다.

지금 판매하는 메뉴 구성을 설명한다면?
아내와 나 둘 다 커피를 워낙 좋아한다. 시애틀과 포틀랜드로 커피 투어를 갈 정도였으니까. 오픈 샌드위치와 샥슈카는 집에서 우리가 자주 해 먹던 메뉴다. 공간을 그렇게 꾸몄듯, 메뉴도 우리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하고 싶었다.

월급을 받는 회사원이었다가 직접 가게를 운영하게 되었다. 느끼는 차이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었고,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모든 면에서 상상 그 이상이었다. 가게 밖 길게 늘어선 웨이팅 줄이 여전히 신기하다. 언더야드에 와서 간판 아래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신기하다. 작고 좁은 가게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이루기는 했다는 걸 느끼게 한다.

나만의 운영 방침은?
예를 들어 언더야드는 다른 카페보다 일찍 닫는 편인데. 한 명의 바리스타가 커피를 책임지고, 다른 세 명의 직원이 다른 메뉴를 책임지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업무 능숙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파트 타임 근무자를 되도록 쓰지 않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만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운영 시간을 정했다. 만약 바리스타가 예비군 훈련을 가면, 그날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언더야드’로 더 해보고 싶은 일은?
더 힙하고 유명한 동네에 가게를 여는 것보다, 더 언더야드에 어울리는 성장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지금처럼 우리에게 맞고 좋은 방법대로 크고 작은 일들을 계속하고 싶다. 어디서 또 무슨 일을 벌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49길 12 영업시간 매일 10:00~19:00(오후 3시부터 3시 30분까지 쉼. 매주 일요일과 매달 첫째, 셋째, 다섯째 월요일 휴무)

 

 

바닥 _ 가게 주인 조규영
바닥은 혼자, 또는 둘일 때만 갈 수 있는 카페 겸 바다. 셋 이상은 정중히 거절하는 것이 가게 방침인 곳이다. 간판이 없으며,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도어록이 열린다.

1, 2 주인이 손수 마감한 인테리어. 3 진토닉 등 간단한 칵테일과 커피 메뉴가 있다. 4 간판 없이 도어록이 달린 입구.

1, 2 주인이 손수 마감한 인테리어. 3 진토닉 등 간단한 칵테일과 커피 메뉴가 있다. 4 간판 없이 도어록이 달린 입구.

‘바닥’이 첫 가게가 아니라는데. 이전에는 어떤 가게를 운영했나?
바닥이 네 번째 가게다. ‘ㅂㅕㅇ’이라는 독일 생맥주 전문펍, 연희동에 ‘가끔은 제정신’이라는 작업실 겸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했고. 연남동이 뜨기 전부터 ‘토끼바’를 약 4년간 운영했다. 단골도 많았고, 정도 많이 들었지만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그만두었다.

지금 ‘바닥’의 공간은 어떻게 발견했나?
이번에는 ‘뜨지 않을’ 동네에서 가늘고 길게 공간을 운영하고 싶었다. 이 지역이 다시 뜨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간을 찾아서 한동안 신촌과 이대 지역을 돌아다녔는데, 내가 생각했던 만큼 침체되지는 않았더라.(웃음) 이 골목을 처음 봤을 때 마치 뜨기 전 연남동 같았다. 재개발로 살던 사람들은 다 떠나고, 여기저기 공사 중이었지만, 그곳에 공방이나, 작업실 등 젊은 사람들의 공간과 세탁소, 슈퍼 등 오래된 공간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바닥’의 대표 메뉴는?
진토닉, 보드카 토닉 등 칵테일과 커피와 차, 플레이트와 피자 등의 메뉴를 모두 1인 기준으로 구성했다.

‘바닥’의 내부 인테리어의 콘셉트는?
사람을 쓰지 않고 인테리어를 전부 혼자 했는데 온몸에 골병이 들었다. 다 마음대로 하고 나니 뿌듯하긴 했는데, 돈은 비슷하게 들었다. 무질서하지만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매장에서 가장 아끼는 물품은?
대우전자에서 나온 20년 넘은 턴테이블인데, 아버지의 물건이다. 신청곡을 받지는 않지만, 손님들이 바닥에서 함께 듣고 싶은 엘피를 가지고 오면 장르 불문하고 틀어준다. 인기가 꽤 높은 편이다.

나만의 독특한 운영 방침은?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손님이기 때문에 간판이 필요 없다. 문을 열 수 있는 비밀번호는 매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 공지한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면 뭔가 나만 알고 있는 공간에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세 명 이상 출입을 못하게 하는 건, 바닥의 분위기를 지키기 위해서다. 바닥은 혼자 오는 손님이 가장 환영받는 곳이다. 모든 손님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혼자 오는 손님들이 가장 많다. 내가 <1회 멍 때리기 대회> 기획자이기도 하지만, 바닥이 멍하니 있기에 정말 좋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이곳에선 시간이 빨리 간다.

‘바닥’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은?
‘혼자 또는 둘이 오기 좋은 공연’이라는 바닥스러운 콘셉트의 음악 공연을 두 번 했다. 공연 말고도, 혼자라는 주제로 바닥에 어울리는 이런저런 이벤트를 생각 중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그냥 계획 없이 오셔서 조용히 쉬다 가시는 손님을 보는 것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숭문16길 18 1층 영업시간 매일 12:00~22:00